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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이나 제 페이지에 들어와서 일상을 궁금해해 주셨을까요? 저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싶어졌어요. 앞으로 일상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연재(?)하고, 본 페이지는 포트폴리오 용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썼던 글들은 이곳에 그대로 남겨 둘게요. 앞으로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만나요! https://blog.naver.com/chaeniiz

November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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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가을의 초입. 가을이면 마음이 붕 뜬다. 어느 계절보다도 제일 공허한 계절. 수직 낙하 하는 기분. 허파에 바람 가득 차고, 시리게 텅 비는 마음. 빈 곳 속속들이 채우려 애썼다. 많이 만나고, 많이 읽고, 많이 보면서. 리키커피숍 송정역에 힙한 카페가 생겼다. 유동 인구 많지 않은 곳이어도 개의치 않고 취향을 그대로 실현한 곳을 보면… 이런 게 진정한 힙이 아닐까 싶다. 이것저것 베껴 온 것보다 훨씬. 커피 맛도 좋았고, 책도 잘 읽혀서 오래 읽다 왔다. 리키커피숍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받을 상처가 두려워 마음 꾹 누르며 사랑하는 버릇 들인 나의 어린 날이 생각났다. 세트장 정말 좋아하는 문체. 최근에 읽었던 시집 중 가장 좋았다. 기형도 시전집 기형도 가장 좋아한다는 사람 따라 샀다. 내가 아는 기형도 시라곤 질투는 나의 힘, 오래된 서적 정도였는데, 어떤 시인을 아주아주 좋아한다는 사람을 보니까 뭐랄까… 나까지 소중해지는 마음이 들어서. 모든 시가 쓸쓸해서 가을…

October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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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수험생 내조 아빠가 입원했다. 며칠 본가에서 지내면서 시은이 밥 해 줬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이 음식은 어떻게 하냐, 저건 어떻게 하냐 많이 묻고 곧잘 시도해 보곤 했었는데 우리 집 둘째는 요리엔 영 흥미가 없는지 레토르트 아닌 건 해 먹을 생각을 하질 않는다. 냉장고만 괜히 몇 번 열어 봤다가 “후우잉…” 같은 소리와 함께 냉장고 문 닫는 것을 여러 번 목도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언니 노릇 하는 척 내가 만들어 보고 싶던 음식 실험을 위해 이것저것 해 주었다. 소스를 머금지 못한 채 불어 터진 카레우동이라든가, 생각보다 그럴싸하게 완성된 일본식 오믈렛 등. 성공 확률은 오십 퍼센트인데 동생은 실패한 음식이든 성공한 음식이든 괜찮은 점만 말해 준다. 그게 나를 자꾸 시도하게 만들고 식탁 앞에 앉힌 다음 씹기도 전에 “맛있워?”, “워뙈?” 하게 한다. 하루는 브이로그로 수백 번 공부한 당근김밥을 만들어 줬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많이 붓고, 당근을 잔뜩 채썰어 넣은 다음…

September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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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데드리프트 7월의 가장 큰 수확은 데드리프트 1RM 100kg을 경신했다는 것이다. 올해 버킷 리스트 중 데드리프트 100kg 드는 게 있었다. 2022 끝물에야 달성하려나 싶었는데 여름에 달성. 그 뒤로 데드가 너무 좋아서 맨날맨날 각종 데드 치는 중이다. 피티 쌤도 그런 적 있었는데 그때 엄청 강해졌단다. 엄청 강해질 수도 있어요, 그랬는데, 뭔가 몸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같았는데, 다 됐고 강하다는 말에 꽂혀서 엄청 강해지고 싶어졌다. 무지하게 강해져서 나 괴롭히는 인간들을 바벨 삼아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로 들어올린 뒤 땅바닥에 내리꽂아 버릴 것이다(농담). 타투 7월 한 달 동안 오른팔에 두 개의 타투를 받았다. 몰랐는데 타투 의미를 묻는 게 실례라더라. 나는 딱히 숨기고 싶은 의미는 아니어서 이곳에 적어 둔다. 손목 부근에는 작게 평화를 새겼다. 내가 늘 돌아가는 곳이자 삶의 이유, 영원히 유지하고 싶은 자세이기 때문에. 잃어버릴까 겁날 때마다 보고 안정을 찾을 수 있…

August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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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유리 늦게나마 유리에게 축하받은 생일. 오래된 친구를 마주할 때면 여전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전히 깊은 마음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우리, 자연스럽게 깊은 곳을 꺼낼 수 있는 우리,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우리, 특이한 포인트에 같이 꽂히는 우리, 여전히 나를 궁금해하는 유리, 내가 듣고 싶던 말을 해 줄 수 있는 유리……. 우리는 항상 서로가 힘들 때에 가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사람인데, 반년 가량을 그런 이야기 하나 못 하고 보내게 되었던 것을 깨달아 조금 슬펐다. 나는 상처받은 마음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고 관계를 회복할 용기도 없었는데. 유리의 편지는 늘 그대로 곁에 있고 싶다고, 같이 서로를 믿어 보자고 말하는 것 같아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책방 밀물 처음으로 해 본 독서 모임! 이렇게 다정한 편지와 예쁜 엽서들, 책갈피까지 보내 주셨다. 모임 시작 전부터 마음이 들떴다. <아무도 아닌>은 이 모임 아니었으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읽을 …

July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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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메모어 한 주에 한 번씩 회고록 나누는 모임. 오프라인 경험이 별로였어서 이번 기수에는 온라인 모임으로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7기에 좋았던 분으로 선정됐다. 어떤 게 좋아서 날 골라 주셨을까? 이유가 궁금해. 내 회고 쓰는 것보다 다른 분들 회고록에 댓글 남기며 느끼는 게 더 많았던 기수였다. 이건 유독 기억에 남던 회고록. 강릉 아란넴과 강릉행! 유독 기억에 남던 대화가 있어서 브런치에 써 두었다. 아란과는 늘 히히덕거리기 바빴는데 부쩍 인생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 변해도 또 같이 변해서 통하는 우리가 신기해. 어버이날 쑥스러워서 카네이션 뒤에 카드 숨겨 놨었는데 별 말 없길래 설마 카드 못 보고 버린 건가? 싶었더니만 아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카드 대문짝만 하게 실린 것 발견했다. ㅋㅋ 제발 공개적으로 전문 올려 두진 마시라고요. 자꾸 가족의 귀여운 면이 발견된다. 어릴 때는 나에게 가장 컸던 사람들이 귀여워 보인다는 게 문득 슬퍼지기도 한다. 잘해야지. …

June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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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나의 사월 중 가장 덜 앓았던 사월. 사월의 사는 죽을 사 같고 환절기의 환은 근심 환 같아서 사월이면 으레 마음이 가라앉았는데. 올 사월은 생경했다. 매일 움트는 것 같았고 붕 떠 있었다. 바닥에 나뒹굴고 짓밟힌 목련 꽃잎으로도 바닐라가 생각날 수 있을 만큼. 괜히 꽃이 피고 지는 속도를 재 보고. 아름다움이 사라질 것을 아쉬워해 본 적이 언제였나 가늠하고. 어떻게 하루가 이렇게 환한지 생각하고. 노랗고 하얀 빛만 마음에 가득 차는 기분. 자주 출근 이번 달에는 오피스 출근을 자주 해서 #ootd 몇 장 찍어 뒀었다. 이삼 년 간격으로 스타일 바뀌는 것 같다. LP 더현대에 LP 파는 곳이 있길래 쳇 베이커,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 마녀 배달부 키키 OST, 자미로콰이 바이닐 샀다. LP 한번 사러 가면 네 장은 기본인 듯. 하지만 두고두고 명반일 갓반들만 사기 때문에 살 때마다 후회는 없음. 모을수록 재미있다. 현지 이때 이후로 아이셔에 이슬이랑 콘치즈에 미쳤다고요… 책임지…

May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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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책과 술에 덮이고 절여져 살았다. 빛의 운 처음을 손질하지 않으면 떠나야 해. 우리는 깨끗한 마음이 잠든 침대 앞에서 그 말을 들었고 사람들은 가져갈 수 없는 얼굴을 만져 달라고 했다. 잠시라도. 하얗게 비운 눈을 맞는 듯이. 이러지 않고 만날 방법이 있을까. 무릎을 안고 나는 생각했다. ⎯수면에 천칭이 놓였어. ⎯그쪽으로 기울어질게. 빛의 운이 실명을 가르쳐 주었다. 부를 수 없는 이들을 안은 점이 구르며 이동했다. 나는 그림을 바라보듯 북적거리는 글자를 만졌다. ⎯잡지 마. 닻이 떠오른다. ⎯우리가 닻이야. 고요하여 슬프다는 말의 의미를 듣기 위해 웅크렸지만 고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실수가 생겨 달이 찼다. 초를 켜지 않은 어둠 속에서도 분위기를 셀 수 있었다. 손 안에서 금이 다른 금을 만졌다. 사람들이 얼기설기 붙잡은 양팔을 흔들고 있었다. 아래에서 우리는 포도처럼 보일까. 겁에 질린 눈동자와 동공이 투명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누군가, 힘을 다해. ⎯별…

April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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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설 할아버지 댁에 출처를 알 수 없는 피규어들이 자꾸 하나씩 늘어 간다. 크기 비슷한 호두 세 알 있는 것도 웃기고, 푸랑 피글렛을 강아지랑 토끼라 하신 것도 너무 웃기고… 드라이브 스루로 커피 쐈는데 아빠가 픽업 받을 때 ‘ㅊ… 채니…!’ 하는 것도 너무 웃겼고. 살바도르 달리 전 귤살롱 오프라인 밋업. 달리 전 보고, 비건 식당 가고, 제로웨이스트 바 갔었다. 전시는 정말 오래간만이었는데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관람하려니 여유도 없었고, 큐피커로 오디오를 들으며 감상했는데도 집중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확실히 느껴졌던 것은 1)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산 사람이었구나 2) 한 가지 화풍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본 것이 신기하고, 단순 시도에 지나지 않고 전부 작품이 되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3) 가장 좋았던 작품은 <슈가 스핑크스>, 난색이 외로워 보이기도 하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의 포스터 한 장을 구매하고, 대화가 너무 재미있는 바람에 밥 -> 카페 -> 낮…

March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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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유진 혹독한 연말을 보낸 사람들끼리 결의를 다지기 위하여 1월 1일부터 만났다. 우리가 사랑하는 SM 아티스트들의 공연으로 액운 타파하려 했는데 빔 프로젝터 연결부터 햇빛 가리는 것까지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최고로 그지같은 연말 보낸 우리라 그런지 그깟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았고 얼레벌레 햇빛 차단 및 영상 재생 성공. 중학생 때부터 함께해 온 우리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고민하는 일들이 달라지고, 꾸준히 멈춰 있지 않으려 하는 우리가 새삼 대견했다. 끊임없이 취향을 넓혀 가고 호기심을 확장할 수 있는 우리 유진이 덕에 2022년 힘차게 열었다. 함께 세운 올해 목표: 인깜살(인생 깜찍하게 살기). 땅콩이 미용 우리 귀염둥이 미용한 날. 맡기자마자 벽 긁고 우는 땅콩이나, 미용 간 지 한 시간 만에 땅콩이 보고 싶다 하는 엄마나, 다시 데리러 갈 때 또 문 긁는 땅콩이를 보면 미용 꼭 시켜야 할까… 싶기도 하다. 사람 말로 소통할 수 있다면 미용 안 하고 싶다고 할…

March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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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유리 생일 유리 생일이 되면 겨울을 실감한다. 12월의 초입, 유리의 26번째 생일. 어떤 귀여운 곰돌이들보다도 이 곰돌이가 유리 것 같았다. 카드에 적힌 설명이 내 마음을 대변했고, 왜 꼭 이 곰을 골랐는지 유리 앞에서는 부연 설명 덧붙일 필요 없었다. 그저 “이 설명 때문에 이 곰돌이로 골랐어” 할 뿐이었고, 유리는 이유를 묻지도 않고 내 마음을 그대로 읽어 주었다. 눈물 닦는 모습에 나도 눈물이 고였다. 종종 혼자서 합정 골목을 돌곤 했다. 합정을 걷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떠올랐고 나는 그 마음을 곧잘 전했다. 유리랑 함께하고 싶었다 말했었던 바 두 곳을 돌았다. 유리보다도 유리 생일을 챙기며 들떠 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던, 어느 때보다 많은 축하를 받았다던 유리. 생일 축하했어. Mash-Up 오랜만에 매시업 정모. 걍… 개취했던 날. 이 날 이후로 술 끊었다. 막걸리 + 와인 + 위스키를 마셨으니… 필름 끊기는 경험도 해 보고… 이젠 정말… 아니다. 또렷한 …

January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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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언리미트 제육 언리미트 구이용에 시판 볶음장, 새송이버섯, 깻잎만 넣어 주면 걍 고대로 제육볶음 완성이다. 이거에 미쳐서 진짜 자주 해 먹었었는데. 한동안 해 먹기 귀찮았다가 요즈음 다시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데에 재미 들렸다. 재미의 비결은 성공. 내 입이 즐거우니까 재미있다. 운동 제주에서 돌아온 뒤로 좀 쉬다가 다시금 열심히 하기 시작한 운동. 작년에는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했더라. 예은 예은이가 많이 힘들어 하길래 만나면 꼬옥 안아 주겠다 약속했었다. 계단 앞에 있는 걸 발견하자마자 나는 예은을 가볍게 안았고, 꽃을 선물받았고, 이 날 이후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안을 줄 알게 되었다. 해 준 것 없이 받기만 한 것 같다 느껴진 날이었는데. 사람을 아끼는 방식까지도 선물받은 기분이다. 칠흑 같았던 나의 초겨울이 사랑으로 가득 찼던 날이라 따로 적어 두었다. 오래 기억하도록. https://brunch.co.kr/@chaeniiz/49 수빈 비건 하면 내 생각부터…

January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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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브라이트룸 원데이 클래스 좋지만 한 달 정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 활동도 갖고 싶었다. 그런 찰나에 마침 팔로우 하고 있던 만화 계정주가 도자 공예 클래스를 듣는 걸 올렸는데, 작고 따뜻한 공방이라는 것과 두 시간 동안 자유롭게 흙을 만지고 만든 만큼 작품을 가져갈 수 있다는 데에 끌려서 냅다 클래스 신청했다. 그림도 그렇고 공예도 그렇고 나는 미술에 영 소질이 없다. 그런데도 흙을 만지고 있으면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쉽게 변형되고 금이 가도 물만 묻히면 금세 돌아온다는 것도 좋았고, 차갑고 말랑하던 게 딱딱하게 굳어 가는 것도 좋았다. 안씨막걸리 제이 에이치 문 님의 추진력으로 동글 + 아란 + 채윤 + 준호 조합 뭉쳤다. 비건 옵션 가능한 식당 찾다가 개힙한 곳 눈에 들어와서 넷 중 둘 찬성 의견만 받고(아란 & 채윤) 예약 갈겨 버렸다. 과연 미쉐린은 미쉐린이었던 것인지, 음식 하나하나에 오만 가지 정성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나의 온 미뢰가 반응했다. (ㅋㅋ 오바…

December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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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MBTI 정식 검사 MBTI 과몰입녀답게 유료 정식 검사까지 완. 역시나 엔프제 나오셨고 웃긴 건 F 만점 받았다는 점. ㅋㅋ 이 미치도록 감정에 치우친 인간아… 유정 이 마음이 너무 예뻐서 책장 벽에 붙여 두었다. 유정에게 몇 번의 택배를 받았는데 나는 무엇보다도 이 포스트잇이 왜 이렇게 좋았는지. 내가 특별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 때에도 누군가에게는 생각나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게 좋았을까. 팜프리 비누 원데이 클래스는 할 때마다 ‘내 길이 아닌 것’을 찾아가는 과정 같다. 비누는 일전에 만들어 봤었던 캔들처럼 타이밍과 계량이 중요했고 나는 그것들을 지지리도 못했다. 내가 잘한 것은 향기를 맡고 어떤 향이 나는지 표현하고 고르는 일. 고등학교 2학년 때 동경하던 언니가 뿌리던 향수 때문에 좋아진 향기의 세계를 나는 여전히 열심히 쌓아 가는 중. 그 언니 잘 지낼까. 언니… 나는 비누에 풀 향기랑 나무 향기 섞었어… 잘 지내지?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좋았던 것. 첫째, 클래스…

November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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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한 달 살이 전 만난 사람들 8월 14일부터 9월 12일까지는 제주 한 달 살이가 계획되어 있었고, 그전에 세 명의 친구를 만났다. 한 달 뒤면 돌아올 텐데 꼭 아주 먼 여정을 떠나는 것처럼 배웅해 주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서희 서희와 약 다섯 개의 카페를 돌았다. 배려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울 서희. 연남동이든 망원동이든 나를 위해 비건 식당을 함께 가 주었고 서희가 동아리에서 만들고 있다던 비건 커뮤니티 웹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좋은 결과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꼭 잘 됐으면 하는 몇 안 되는 친구들 중 서희 네가 꼭 끼어 있다고 말했었는데 내 진심이 잘 전해졌을지… 나는 늘 서희에게 알게 모르게 따뜻한 마음을 잔뜩 선물받곤 하는데. 세정 세정이랑은 어쩐지 꼭 뇨끼를 먹고 싶단 말이지. 우리가 동네에서 자주 먹던 뇨끼 때문인가. 그 날도 우리는 뇨끼를 먹었고 옛날 이야기들을 했다. ‘초등학생 때 걔 있잖어’로 시작해서 ‘오늘 내 사수님이’로 끝나던…

October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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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찬울 집들이 자취하는 사람들은 이사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날 때까지 집들이를 하는 걸까? 일단 다들 3개월은 너끈히 넘기는 것 같다. 찬울도 대충 이사 3개월쯤 됐을 때 초대해 준 듯. 아란, 동근과 함께 방문했다. 세상에서 제일 섬세한 집인 듯했다. 마스크 놓는 곳을 따로 이름까지 적어 가며 지정해 두지를 않나, 사람마다 테이블 매트를 따로 깔아 두지를 않나… 전시장처럼 전시해 놓은 LP들과 오로라 같은 빛을 내는 조명까지 전부 찬울스러운 공간이었다. 사실 그저 찬울의 세심함이 놀라웠다. 세심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세심하다고? 싶었던. 전날 밤 복통에 시달리느라 죽만 먹고 있던 나를 배려해서 죽을 같이 시켜 주고, 내가 미안해하니까 죽이랑 술 같이 마셔 보는 것 꿈이었다고, 보통 술이랑 같이 먹기 힘든 안주라서 궁금했었다고 말해 주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정말정말 다정하고 멋있고 밝고 착한 사람. 평소에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

August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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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문학살롱 초고 올해 겨울 이래로 혼자 칵테일 홀짝이고 오는 취미를 들였다. 합정 부근 지날 때마다 넘 궁금했던 를 드뎌 방문. 책 이름으로 된 칵테일을 주문하면 그 책과 함께 칵테일이 나온다. (연남동의 와 비슷한 콘셉트다. 여기도 가 보고 싶음!) 첫 번째로 주문했던 칵테일은 오은 시인의 . 제목이 예뻐서 좋아하던 시집이었는데(하지만 내 취향의 시는 없었던) 마침 있길래 바로 주문쓰. 되게 달았고 체리 맛이 났던가… 한 달 지났다고 벌써 기억 안 난다… 체리 리큐르가 들어가나 싶었는데. 아무튼 이건 도수가 좀 있었는지? 한 잔으로도 금방 술기운이 올라서 기분 수직 상승해서는 바아로 깔루아밀크 또 시켰는데 요즈음은 술 두 잔째 들어갈 때부터는 영 취하지를 않아서… 술이 깨 버려서… 기분 좋았던 고 느낌은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에서 끝나 버린 것입니다… 세 번째 잔으로 도 시켰는데 요것도 짱 맛있었다. 요게 제일 맛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맛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 사실은 취했…

July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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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5월은 한시도 몸을 가만 두지 않았다. 4월 내내 나에게는 자극이 필요함을 깨달아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벌이며 살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소비했쥐. 아이패드 5월 1일이 되자마자 아이패드를 샀다. 6월에 쓰고 있는 5월 블로그라서 왜 사고 싶었는지 가물가물… 그런데 아이패드는 딱 이럴 때 사라던데요. 사고 싶은 이유: 일 때. 아무래도 글 쓸 때 맥북 들고 다니기 무거웠던 이유가 제일 컸었던 것 같다. 구매 후기는 대대대대만족. 카페 갈 때 어깨 훨씬 덜 무겁고, 이북 보기 너무 좋아서 책 자주 읽게 되고, 사이클 탈 때 영상 크게 볼 수 있는 것도 행복 그 자체라서 유산소도 덜 거르게 됨… 플래너 쓰기도 너무 편하다. 이제 스벅 다이어리 별 모으겠다고 난리 안 피워도 될 것 같음. 애플은 소비할 때마다 뽕 지대루 뽑는 듯. 애플워치가 작년 내 최고의 소비였는데, 올해는 아이패드가 될 것 같다. 이러니 내가 앱등이 못 벗어나지… 어버이날 엄마에게 썼던 어버이날 편지. (링크) 올해…

June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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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회식 사업자 스쿼드 사람들과 함께 4인 회식. (MBTI에 모두 N이 들어가서 그런지) 대화가 이리저리 잘 튀었다. 그게 너어무 재미있었다. 엔프피, 엔프제, 인티제, 인팁의 조합을 언제 또 만나 볼 수 있을까. (엔프피랑 인티제 천생연분이고 엔프제랑 인팁 개꿀 조합이라고요) 더 오래 같이할 수 있었다면 더 재미있고 좋은 제품 만들어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나만 아쉬운 것 아니겠지… 나는 팀 해체, 누군가의 퇴사가 왜 이렇게 아쉬울까. 삼 년이 됐는데도 적응이 안 된다. 사실 적응 안 되고 매번 아쉬워하는 내가 좋다. (^^ 인간적이잖아요) 그리고 잣진주… 이때 마셨던 잣진주가 너무 맛있었어서 이때 이후로 고소한 술이 그렇게 마시고 싶다. 막걸리 같은 애들. 나는 이제 누가 제일 좋아하는 술이 무어냐 묻는다면 잣진주라고 할 것이다. 맑은 술에서 어떻게 그런 고소한 맛이 날 수가 있는 거지. 땅콩이랑 같이 사진 찍기 울 와쥐랑 같이 사진을 찍었다. 내 증명사진 하나, 같…

May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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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산책 나는 늘 생각을 덜고 싶었다. 쥐고 있는 것들이 많아 그걸 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고, 생각을 하는 일이 괴로워서 아무 생각 안 하고 살고 싶었다. 산책을 간다는 것은 아무 생각 하지 않으며 걷는 일이었다.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들풀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한다. 눈 열심히 굴리며 걷고 있다. 이미 지나간 것들 중 놓친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자연의 아름다움조차 가슴 깊이 느껴 본 적이 없었다. 물 흐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없어져서 좋았지, 물결을 통해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이제는 생각하기 위해 산책을 나간다. 하루는 길가에 핀 꽃이 꼭 폭죽 같아서 축하할 일이 없는데도 축하받는 기분이었고, 둥둥 떠다니는 오리를 보면서 물 밑으로는 발길질 열심일지, 나처럼 버둥대고 있을지를 궁금해했다. 한강을 바라보기만 하며 앉아 있는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했다. 물 바로 앞에서 소주를 마시던 노인은 다음날에도 같은 자리에 있을지 궁금해했다. 자리에 없기…

April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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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죽은 꽃 버리기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죽은 꽃부터 버리라는 설이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은 꽃을 마를 때까지 두는 게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라는 뜻이었는데, 나는 듣고 ‘안 좋은 일 생길 때 버리면 그 뒤에는 다시 좋아질 수도 있겠네’ 했다. 그리고 2월 초부터 마른 꽃을 버렸다. 말라 비틀어진 꼬라지 보아하니 저게 꽃인가, 곰팡인가 싶기도 하지만. 땅에 처박힌 기분 끌어올리겠다고 별 짓 다 했었는데, 버리자마자 그 뒤로 좋아지더라. 제멋대로 해석한 미신이 그럴싸한 수확을 냈다. 버릴 꽃을 두기 위해 꽃을 자주 둘 셈이다. 왓챠피디아 깔아 놓더라도 본 영화 기록은 또 잘 안 해서 금방 삭제했던 앱을 다시 깔았다. 몰랐는데 내 별점이 후하다더라.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보고 나와서 개처역대급이었다고 했던 기억만 있는 영화들은 죄다 4점 때려 버렸는데, 친구가 듣더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용 기억도 안 나면 2.5나 점수 안 매겨야 되는 것 아니냐고.…

February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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