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사업자 스쿼드 사람들과 함께 4인 회식. (MBTI에 모두 N이 들어가서 그런지) 대화가 이리저리 잘 튀었다. 그게 너어무 재미있었다. 엔프피, 엔프제, 인티제, 인팁의 조합을 언제 또 만나 볼 수 있을까. (엔프피랑 인티제 천생연분이고 엔프제랑 인팁 개꿀 조합이라고요) 더 오래 같이할 수 있었다면 더 재미있고 좋은 제품 만들어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나만 아쉬운 것 아니겠지… 나는 팀 해체, 누군가의 퇴사가 왜 이렇게 아쉬울까. 삼 년이 됐는데도 적응이 안 된다. 사실 적응 안 되고 매번 아쉬워하는 내가 좋다. (^^ 인간적이잖아요) 그리고 잣진주… 이때 마셨던 잣진주가 너무 맛있었어서 이때 이후로 고소한 술이 그렇게 마시고 싶다. 막걸리 같은 애들. 나는 이제 누가 제일 좋아하는 술이 무어냐 묻는다면 잣진주라고 할 것이다. 맑은 술에서 어떻게 그런 고소한 맛이 날 수가 있는 거지.

땅콩이랑 같이 사진 찍기

울 와쥐랑 같이 사진을 찍었다. 내 증명사진 하나, 같이 찍는 사진 하나, 땅콩이 프로필 두 장. 한 시간 거리를 차로 태우고 갔더니 땅콩이가 엄청 헥헥댔다. 강쥐들은 요런 게 멀미라고 하던데. 애기 어디 멀리 데리고 나가는 것 정말 쉽지 않음을 배웠고, 그래도 예쁘게 찍혀 준 땅콩이가 넘 고마웠고. 응가도 꾹꾹 참았다가 사진관 도착해서 배변패드 깔아 주자마자 거기에 싼 것도 넘 착했고. 역시나 완벽한 나의 강와쥐. 어디서 이런 천사가 나타났을까요. 동물병원 선생님께서도 매일 그러셨었지. 땅콩이 같은 천사가 보호자님께 나타났네요. 사랑해사랑해죽도록사랑해.

음레코드

유진이랑 같이 우사단로 투어. 음레코드는 내가 가 봤던 모든 카페를 통틀어서 가장 힙했던 카페였다. 1층도 힙해, 2층도 힙해… 이 힙한 곳에 사람은 왜 많이 없지? 싶었는데, 죄다 테라스에 앉아 있어서 그런 거였다. 1층에 흐르는 음악들이 좋았다. 플라시보를 포함하여 내가 좋아하는 락들이 많이 나왔다. 2층에는 시티팝이 흘렀고.

유진이가 인스탁스로 내 사진을 많이 찍어 줬다. 이십 대 초반 때 같이 갔던 에버랜드에서도 카메라가 꽁꽁 얼어서 살짝 삐걱댔었는데, 이제 연식이 다 되어 사진 한 장 찍을 때마다 수동으로 카메라를 만져 줘야만 사진이 나오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던 울 유진이의 가여운 인스탁스… 어떻게든 힘내 주는 카메라의 모습이 웃겼다.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힘을 내...! 하는 마음으로 찍고 나면 부러 안 만져 줘도 사진이 쓩 나왔던.

부산

15일부터 23일까지는 부산에 있었다. 충동적인 일들을 잔뜩 벌이며 보냈고, 안 하던 짓들 많이 하면서 지냈다. 예를 들면 그동안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던 비행기 미루기 같은 일. 원래는 3박 4일 일정이었는데, 체크아웃 전날에 냅다 비행기 미루고 새 숙소 예약해서 일주일을 더 있었다. 손에 난 거스러미가 거슬려서 갑자기 네일숍에 손발 케어 예약 잡고, 케어 받고. 안 해 본 조깅 뛰어 보고, 헬스장도 가고, 안 먹던 방울토마토 먹어 보고. 친구 집에서 밤새우고, 와인이 맛있었다는 이유로 같은 음식점 두 번 방문해서 같은 와인 시키고, 메뉴에 없는 음식 부탁드려 보고. 밤에 갑자기 택시 타고 바다 보러 가고. 답지않게 충동적인 일을 잔뜩 벌이니 환기가 정말 많이 됐다. 뭘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 뭘 해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자세한 여행기는 브런치에 적어 두었다.

북촌

아란넴이랑 북촌 투어. 서촌만 가 봤었는데 요즈음은 또 북촌이 뜬다고. 데이트 성지라고. 진짜 우리 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커플이었던. 다소 화가 났던. 우리 둘 다 무표정으로 빡치넹? 했던. 점심으로 아주아주 건강하게 샐러드 먹고, 카페에서 타르트 먹고, 마카롱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무슨 소용일까? 맛있는 소용이지. 아란넴이랑 놀 때는 서로 아이처럼 놀 수 있어서 좋다.

첫 플라워 클래스

나는 선물하는 게 왜 이렇게 좋을까. 사실 내가 했던 선물을 이유로 깨졌던 사람이 있어서 ㅋㅋㅋㅋㅋ 선물 트라우마가 생겼었는데… 오히려 그 뒤로 선물하는 게 더 좋아진 재미있는 상황. 우리 팀 현수 님께서 5월의 신랑이 되신다 하여 어떤 선물을 할까 하다가 꽃다발을 만들어 드리자 하고 망원과 합정 사이의 카페 겸 꽃집에서 꽃다발을 만들었다. 생각을 빼고 만들게 되던데. 큰 꽃부터 같은 방향으로 빙 둘러 꽃을 넣다가 비어 보이는 곳에 꽃을 채워야 했고, 이게 기법 이름도 있었는데, 스파이럴 기법이었던가. 아무튼 그렇게 채우다 보면 꽃다발이 완성되었다. 이 위치에 이 꽃을 넣어야지! 하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채우다 보면 꽃다발이 완성되는 게 재미있었다. 꽃집 사장님들은 늘 그렇게 채우다 보니 채워지는 것을 하면서 꽃을 채워 가는 것과 비슷한 삶을 살까? 궁금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과 삶의 모양이 비슷할까? 어쩐지 나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저 개발자예요” 했을 때 “개발자 잘 어울려요!” 하면 기분이 나쁜데. (?) 어쨌거나 저쨌거나 현수 님께서 좋아해 주셔서 기뻤다. 행복하셨으면!

4월의 음악

4월에는 부산의 카페에서 알게 된 음악들을 주로 들었다.

Poolside - Harvest Moon

브런치를 먹으며 부산 여행기 두 번째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음악이 좋아서 음악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글을 쓰게 됐고, 그 글과 음악이 하나인 것처럼 마음에 들어서 서울 올라가는 비행기에서까지 계속 이 음악을 들었다. 이 음악만 들으면 부산이 생각난다.

Bren Joy - Henny in the Hamptons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되었는데, 바 호텔에서도 이 음악이 나왔다. 공간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는데. 라이브 영상이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음악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John K - happiness

가려던 카페가 휴무였어서 골목을 빙글빙글 돌다가 계획에 없던 카페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왔던 음악. 햇살이 들어올 때 이 음악이 흘렀다. 그 카페를 사랑한 손님들이 문을 닫고 나갈 때 두런두런 “나 여기 진짜 좋아!” 같은 이야기를 (꽤 큰 소리로) 하면서 나갔는데, 이 음악을 들으면 그 밝음이 자꾸 생각난다. 4월의 서면에는 밝은 사람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