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찬울 집들이
자취하는 사람들은 이사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날 때까지 집들이를 하는 걸까? 일단 다들 3개월은 너끈히 넘기는 것 같다. 찬울도 대충 이사 3개월쯤 됐을 때 초대해 준 듯. 아란, 동근과 함께 방문했다. 세상에서 제일 섬세한 집인 듯했다. 마스크 놓는 곳을 따로 이름까지 적어 가며 지정해 두지를 않나, 사람마다 테이블 매트를 따로 깔아 두지를 않나… 전시장처럼 전시해 놓은 LP들과 오로라 같은 빛을 내는 조명까지 전부 찬울스러운 공간이었다. 사실 그저 찬울의 세심함이 놀라웠다. 세심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세심하다고? 싶었던. 전날 밤 복통에 시달리느라 죽만 먹고 있던 나를 배려해서 죽을 같이 시켜 주고, 내가 미안해하니까 죽이랑 술 같이 마셔 보는 것 꿈이었다고, 보통 술이랑 같이 먹기 힘든 안주라서 궁금했었다고 말해 주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정말정말 다정하고 멋있고 밝고 착한 사람. 평소에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고, 더 멋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아란의 택시 기사님이 이상하다는 SOS에도 바로 집 들어갈 때까지 통화해 줄 수 있는 다정함이란… 찬울이랑 친한 사람들 다 복 왕창 받은 거다… 또 초대해 줬음 좋겠당. 또 방명록에 헛소리 쓰고 싶당.
퍼스널 컬러 진단
퍼컬 그렇게 관심 많으면서 진단은 한 번도 안 받아 봤던 나. 드디어 진단!!! 확신의 쿨톤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름 <뮤트>가 아닌 <라이트>가 나올 줄은 몰랐다. 대충 뮤트와 라이트 사이에 있다고는 하셨지만. 제일 유익했던 정보는 내가 웜쿨보다 명도를 많이 탄다는 것, 명도 다음으로는 색상을 많이 탄다는 것, 그 다음이 웜쿨 정도라는 것. 어두운 계열 옷 입을 때마다 얼굴 죽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말 들은 뒤로는 어두운 상의 절대 안 산다. ㅋㅋ 그리고 블루 베스트라는 말에 블루 상의만 왕창 사고 있음… 중채도 베스트라는데 어쩌라구요. 시간 너무 빨리 지나갔어서 다음번에는 더 긴 버전으로 재진 받아 보고 싶다. 어느 패턴이 잘 어울리는지까지 알려 주는 것도 있길래? 고걸로다가.
레드북
아란과 함께했던 첫 뮤지컬이 넘 좋았어서 또 따라 가게 된 두 번째 뮤지컬. 이건… 진짜 좋았다. 진짜… 너무 좋았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처음에는 내가 나 자신을 고민하던 때에 봐서 이 시기에 잘 맞는 극을 봤네 싶었는데, 극이 전개될수록 극 하나에 시사하는 바가 많았어서 언제 봐도 무조건 위로받을 극인 것 같았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사랑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 모두 위로받을 극. 게다가 커튼콜 막바지에 뒤에서 합주 중인 오케스트라를 보여 주는 극이라니. 그 장면에 모든 사람은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또 느껴서 눈물이 찔끔. 다시 극이 올라오면 꼭 다시 봐야지.
비건 푸드
7월 말부터 비건으로 살기 시작했다. 야금야금 실천하다가 제대로 마음 다잡았다. 이런저런 비건 식당들을 가 보고, 식품들을 구매해 보았다.
플랜트
아!!!!!! 머쉬룸버거 진짜 미친놈인 곳. 냅다 소리 지르고 싶을 만큼!!!! 향신료 맛 강한 것 좋아하는 사람들 걍 저 믿고 가 보세요… 제발요… 한 번 먹고 생각나서 일주일에 두 번 먹으러 갔던 적도 있음… 이태원점 있고 연남점도 새로 생겼다구요!! 두부 랩도 괜춘하긴 했는데 일단 걍… 머쉬룸버거가… 돌았음…
지구제과
여기는 더 크게 소리 질러야 하는 곳!!!!!!!!!!!!!!!! 원래 내 인생 디저트 키에리였는데 이제 그냥 지구제과가 내 인생 디저트… 지구를 사랑하는 예쁜 마음과…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넘눰눰누먼너뭄ㄴ 맛있는 디저트… 진짜 뭐 먹고 이렇게 행복한 기분 진짜 개오랜만에 느껴 본 듯. 그래서 사장님께 DM도 냅다 갈겨 버림… 얼마나 맛있는 걸 만들고 계신 건지 꼬옥 아셔야 한다구… 얼그레이크럼블 올라간 케이크랑 레몬!!! 레몬케이크 진짜 개강추. 다른 것 안 사도 저 두 개는 무조건 업어 와야 댐.
공간녹음
강서구 유일한 비건 식당… 채식한끼 앱에서 두부온더그릴? 이라는 신메뉴가 나왔다고 되어 있길래 넘 궁금해서 방문해 봤는데 엄청 크고 문어 없는 타코야끼를 먹는 기분이었다. 동네 친구랑 술 먹고 싶을 때 데려오면 되겠구나 싶었던 곳! 술 안주로 딱일 것 같았거덩. 그린커리도 먹어 봤는데 요건 건강하게 밍숭맹숭한 맛이었다.
언리미트
구이용 대체육 입문. 질겅질겅한 식감 좋아하는 나한테는 잘 맞았음! 재구매 의사 있음. 버거용 패티도 사 봤는데 이건 너무 이질적이었고… 구이용은 진짜 괜춘했던 편.
스타벅스 햄&루꼴라 샌드위치
스벅에서도 드디어 비건 식품이. 🥺 내가 비건 다짐하자마자 나와 줘서 이 얼마나 시기적절한 일인지… 온 우주가 내 비건 실천을 돕고 있다 생각했던. 콜드 샌드위치였는데 나는 진짜 맛있게 먹었다! 걍 진짜 햄 같던데… 대체육 특유의 이질감 전혀 없이 담백하게 맛있었다. 비건 아니어도 무조건 좋아하겠다 싶은 맛이었는데 생각보다 얘는 호불호가 갈리고 그 플랜트 함박? 걔가 인기가 많더라. 걔는 아직 못 먹어 봤고… 브라우니도 먹어 봤는데 걔도 짱 꾸덕하고 맛있었음!
채담카레
개존맛… 코코넛밀크 섞어서 먹으면 바로 태국 갈 수 있음… 나는 채소들이랑 템페 꾸워 올렸당. 양송이 썰어 넣으면 더 맛있겠다 싶음. 나의 채식 카레 정착지는 여기다…
애크미 마지막 날
울 땅콩이 최애 카페이자 내 최애 카페이기도 했던 애크미의 마지막 영업일.
사장님께서 땅콩이 정말 예뻐해 주셨는데… 여기에서 땅콩이랑 쌓은 추억이 많았는데. 땅콩이 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다 여기로 데리고 왔었는데. 맥 에이레스 음악이 자주 나와서 참 좋았는데. 행복한 기억만 가득했던 공간이 사라진다는 상실감에 넘넘 아쉬웠다. 그래도 마지막 영업일 바로 전 날에 카페 다시 들러서 평소처럼 시간 보내고, 사장님께 그동안 감사했다고 전한 뒤 나왔다. 행복한 기억만 잔뜩 만들어 줘서 고마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