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리프트

7월의 가장 큰 수확은 데드리프트 1RM 100kg을 경신했다는 것이다.

올해 버킷 리스트 중 데드리프트 100kg 드는 게 있었다. 2022 끝물에야 달성하려나 싶었는데 여름에 달성. 그 뒤로 데드가 너무 좋아서 맨날맨날 각종 데드 치는 중이다. 피티 쌤도 그런 적 있었는데 그때 엄청 강해졌단다. 엄청 강해질 수도 있어요, 그랬는데, 뭔가 몸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같았는데, 다 됐고 강하다는 말에 꽂혀서 엄청 강해지고 싶어졌다. 무지하게 강해져서 나 괴롭히는 인간들을 바벨 삼아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로 들어올린 뒤 땅바닥에 내리꽂아 버릴 것이다(농담).

타투

7월 한 달 동안 오른팔에 두 개의 타투를 받았다. 몰랐는데 타투 의미를 묻는 게 실례라더라. 나는 딱히 숨기고 싶은 의미는 아니어서 이곳에 적어 둔다.

타투

손목 부근에는 작게 평화를 새겼다. 내가 늘 돌아가는 곳이자 삶의 이유, 영원히 유지하고 싶은 자세이기 때문에. 잃어버릴까 겁날 때마다 보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내가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새겼다.

타투

팔 안쪽, <밤과 술과 책과 음악>을 모티브로 한 추상화. 내가 가장 행복했던 제주 한 달 살이 중 한 순간을 담았다. 내도음악상가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던 밤. 잘 보면 밤, 술, 책, 음악, 그리고 내가 보인다.

두 타투가 꼭 세트처럼 어우러져서 마음에 든다. 온전히 내 소유인 나의 몸에 영원을 새겨 좋다.

힘

사실 칠월은 일적으로 자신감이 결여돼 힘에 부쳤던 달이었다. 껍데기뿐인 말들 속에서 유일하게 힘이 되었던 말. 속 깊어 고마운 은빈.

포리스트 키친

아란과 포리스트 키친. 코엑스에 위치한 비건 파인 다이닝이다. 전반적으로 만족도 높은 식사였다. 그런데나는왜항상에피타이저가가장맛있는걸까….

포리스트키친

시간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맛 다 까먹었다. 기념일이 있다면 호텔에서 자고 식사를 이곳에서 하면 좋겠다 싶었다. 일단 돈을 뒤지게 많이 벌어 놓기로 한다.

아디오스 피아졸라

복동 님과 천년식향에서 식사하고 탱고 공연 보러 갔다.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깊이 좋아하는 분이라 함께할 시간이 제법 기대되었다. 그런 사람은 귀하니까. 그리고 공연을 무려 1열로 예매해 주셔서(!) 내 인생 첫 1열 직관.

천년식향과 아디오스 피아졸라

춤 공연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춤선 속에 얼마나 많은 대화가 함축되어 있는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 영화나 연극과는 다르게 음악에 어우러지는 그 사람의 표정과 동작만으로 한 편의 짧은 영화를 상상할 수 있어 좋았다. 고상지 연주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김아람 바이올리니스트와 김종수 바이올리니스트 두 분을 함께 볼 수 있던 것도 너무 좋았고, 지난겨울 고상지 콘서트에서 유독 기억에 남던 퍼커션도 함께해서 참 좋았던. 시각과 청각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행복한 표정으로 합주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벅차오르는 감정이 든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taquito militar까지 듣고! 나는 참 오래도록 탱고를 사랑하겠구나.

아드벡

나의 최애 위스키.

아드벡

아드벡과의 첫 만남은 글쓰기 모임에서였다. 아주 춥던 날, 발발 떨리는 몸을 진정시켜 주었던 진한 나무 향기의 술. 다정했던 사람들. 각자의 글을 소리내어 읽고 마음을 나누던 밤. 오랜만에 다시 맛본 아드벡은 그 겨울을 통째로 마시는 기분이었다. 일 등 자리 얘 아님 다른 놈한텐 못 내어 줄 것 같다.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내가 읽었던 그 어느 소설보다 가장 완성도 높았고 몰입도 높았다. 이걸… 왜 이제야 읽었지 하는 생각만 계속 들었던. 어떻게 이런 소설이 2000년대 초반에 나왔나 싶고. 진짜 천재인가 봐.

쓰는 하루

50일 동안 하루에 글 한 개씩 쓰는 프로젝트 진행 중. 거기 썼던 것 중 7월의 글 몇 개를 발췌했다.

소영

소영 막출근

가끔 어떤 사람은 너무 환해서 어딜 가도 그곳을 환히 비추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든 사랑받을 것 같은 사람. 덕분에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되는 사람. 대체 불가한 고유성이 눈에 띄는 사람. 자유로운 다정함으로 불편하지 않을 만큼 실리를 따질 수 있는 사람. 소영이 그랬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소영과의 회사 생활이 끝난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이별이 덜 아쉬웠을 텐데 이미 너무 많이 발견해 버렸다. 소영의 밝음이, 솔직함이, 진취적이고 투명한 모습이, 선한 마음이 언제나 우리를 맑게 닦았다.

마지막 회식

한국 언제 놀러 올 거냐 물었더니 여름을 좋아하니까 여름에 올 것 같다 그랬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꼭 여름을 닮았다. 한여름의 슬리브리스, 버킷 햇과 핑거 스타일 기타, 백합과 강아지. 소영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할 때면 나도 같은 생각이 날 것이고 우리는 금방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여름을 기다릴 이유가 생겼다.

지갑

지갑을 잃어버려서 차고지까지 다녀왔다.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오질 않았다. 다른 정류소까지 멀리 걸어갔다. 겨우겨우 탄 버스는 반대 방향이었다. 다시 내려서 길을 건너고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휴대 전화 배터리가 나갔다. 가방 속에는 책 한 권 없어서 창밖을 바라보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 시간 내내 바깥 풍경만 바라보았다. 해가 빠르게 저물었다. 나무가 사선으로 자랐다. 세화리까지 버스를 타고 가던 길이 떠올랐다. 아무도 타지 않을 것 같은 정류장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 그때는 그 사람들의 삶까지 상상하고 바람의 속력을 쟀는데. 오늘은 알던 사람이 불현듯 떠올랐다. 모르는 동네를 지나는데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애가 살던 동네였다. 사귀었던 것까지 잊고 지냈다. 팔등에 한자로 타투를 새기고 귀에 피어싱을 주렁주렁 매달고 찡 박힌 신발을 신고 다니던 사람. 음악을 하고 싶다 그랬는데. 이유 모를 자유로움이 보였는데. 헤어진 지 몇 년 뒤 연락이 닿았을 때에 그 사람은 현실에 짓눌려 예술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지냈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을 묵묵히 감내하면서. 가끔 한 번씩 연락이 닿아도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나야 뭐 늘 그렇지라고 대답하는 사람. 버티는 것이었을까, 흐르는 것이었을까. 빨래를 널면서 한 번 더 그 사람을 생각했다. 이제는 왜 그 사람이 자유로워 보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브레

사브레

석촌에 보석 같은 카페를 발견했다. 귀여운 조약돌 디저트도 맛있고, 샌드위치도 정말 괜찮다. 특히나 송리단길은 어딜 가도 시끄러운데 여기는 주택가 근처라 그런지 참 조용해서 좋다. 머리 하러 갈 때마다 꼭 방문하고 싶은 곳. 방앗간 같은 공간을 발견한 게 오랜만이라 카페에 있는 내내 들떴다.